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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이 많은 인공위성이 지구를 감싸고 항주했다. 그것은 헤엄치듯 자리를 바꾸어댔다. 그것들의 접시는 반짝거리는 분홍, 초록, 파랑, 노랑. 어느순간 그것들은 일제히 제자리에 멈추어, 지구를 향해 빛을 쏘았다. 까마득한 우주를 소리없이 메우며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너'가 내게 어떤 존재였는지 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정말 한줌도 되지 않는 어떤 장면 장면으로 남았을 뿐이지. 복도의 사물함이나 노을진 창가에서 반짝이던 먼지처럼 기억날 뿐이야. 그땐 그랬어. 세상이 끝장날줄 알았지. 이렇게 골동품 장식품처럼, 기억의 서랍 속에서 다시 꺼내 이리저리 살피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어. 가끔 그시절 그 복도를 찾아가, 기억속의 너에게 말을 걸어보곤 해. "내가 그렇게 싫었냐?" 하면 너는 큰 입으로 그저 웃을 뿐이지. 그때의 나는 아마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며 중얼거렸을거야. 너에대한 일종의 변명이랄까. 숙모가 사라졌다. 이른 아침 걸려온 전화를 엄마는 담담하게 받았다. 외할머니는 차가운 겨울 새벽의 안개를 물리치고 숙모를 찾았다. 삼촌은 새벽 일찍 일을 나가고 없었다. 엄마는 차분하게 이모에게 전화를 걸고, 다시 할머니에게 전화했다. "엄마, 일단 들어와서 외국인 등록증 있나 찾아봐. 외투도 찾아보고. 잠깐 산책나간걸지도 모르니까 일단 집에 들어가. 응? 날씨 추워." 그러나 엄마도, 할머니도 숙모가 잠시 산책나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외삼촌은 어제도 집을 찾아와선 엄마에게 한탄하듯이, 이래서야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걸 그랬어- 라고 말했다. 삼촌이 돌아간 후에, 엄마는 너네 삼촌 불쌍해서 어쩌니, 라고 읇조렸다. "걔는 너네 삼촌이랑 계속 살 애같이 안보이더라. 느이 삼촌 돈없어지고, 늙으면 바로 이혼하자고 달겨들텐데 그럼 어쩌니." 나는 엄마에게 에이, 설마? 라고 받아쳤지만, 엄마는 신념처럼 확신에 차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그 전화를 그렇게 담담히 받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숙모는 베트남에서 왔다. 외삼촌보단 스무살 남짓 어리고, 나보담은 한살이 많다. 삼촌은 작년까지 미혼이었고, 내가 수능준비에 맘졸이던 시기에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엄마와 이모에게 등떠밀리듯이였고, 모든 비용은 이모부가 부담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베트남에간 삼촌은, 미처 짐도 풀기전에 여자 스무명을 소개받았고, 그날 바로 숙모를 택했다고 했다. 엄마의 걱정은 둘쨋날 걸려온 삼촌의 그 전화부터 시작했다. 막내에 늦둥이 삼촌이 사람볼줄 모르고 얼굴에 혹한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그 까칠하고 불평많은 삼촌이 그렇게 맘에들어한다는 것이 내겐 신기하게 느껴졌고, 이걸로 잘된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숙모가 한국에 도착한것은 수능이 끝난 뒤였다. 할머니는 그날부터 늘상 웃는 얼굴이셨다. 할머니는 딸 대하듯 숙모를 끼고 다니며 이것저것 물건들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고, 이모는 그날 바로 옷가게에 들러 십몇만원짜리 파카를 사입혔다. 따듯한 곳에서 왔으니 추울것 아녀, 하고 웃으시며였다. 할머니와 이모는 막둥이의 늦깍이 장가를 숙원사업의 성공인 마냥 싱글벙글해 했고, 한시도 쉬지않고 숙모의 이름을 불렀다. 숙모의 이름은 '라우' 였다. 라우 티 수엔. 못미더워 하는건 오직 엄마뿐이었다. 엄마의 불만은 숙모가 너무 어리고, 이쁘고, 똑똑하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쁜것이 며느리로 들어왔다며 좋아했고, 엄마는 그 이쁜게 승철이랑 평생 살겠냐며 걱정했다. 그러나 이미 숙모는 한국에 왔고 엄마 역시 열심히 숙모의 한국생활을 돕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숙모는 사라졌다. 결혼을 의심찬 눈초리로 바라보던 마산에서, 꽃이 피면 결혼식을 새로 올려주겠다는 전화가 온지 삼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러나 결혼할 숙모는 사진만 남고 없었다.
혼자놀기와 엄습해오는 고독과 그를 잊기위한 혼자놀기의 몸부림속에 발견한 내 얼굴은 두 개다. 내 본성이 원래 냉소적이라고는 꿈에도 짐작키 어렵건만 "닥쳐 난 이제 이런 가면극 따위 하지 않아" 라는 녀석이 하나고, 원체가 실없어서 연방 놀아줘~를 외치는 녀석(본인은 애정결핍이라지만)이 하나다. 토라졌다가도 야아♡왜그래애~ 하면 바로 발그레 해져선 머리 긁적이며 웃을놈이 괜히 옥상에서 철망을 부여잡고 고독을 씹는척 하지를 않나 어짜피 혼자다 짧은인생 상관마라 하는거다.
애초에 정에목마른 나같은 녀석이 아웃사이더를 꿈꾸는건 작심삼분이다. 나는 사회에 대한 분노도 행동에대한 신념도 없이 그저 눈앞의 떡하나 있으면 홀려갈 녀석일뿐. 그럼에도 나는 종종 아웃사이더가 되기를 원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그런지 오춘기 육춘기쯤 되는 겉멋의 계절이 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담배와 수염과 통기타로 (옵션으로 하이데거까지) 치장한 후까시가 괜히 동경의 대상이 되고 하우스속 배추마냥 자라난 내인생을 자꾸만 "재미없어,무미건조,이게모야."하며 벗어나려 애쓴다. 혼자놀기가 재미없다는거 충분히 알았으면서도 더욱더 혼자놀려하는 요상한 심리다. 스스로를 재미없다고 생각하니깐 맹맛에 쓴맛이나 좀더 타보자 에헤야 디야 하는 셈일까? 그런데 가끔씩 생각하면 난 이미 아웃사이더일 경우가 많다. 나는 이미 충분히 겉돌고 있다. 몰려가는 무리와 함께 행동하기는 하지만 중심에서는 두세걸음쯤 떨어져서 멍- 한표정으로 바라보곤 한다. 뜬금없이 말을 하려다가도 "에이 댔다. 계속 얘기해라" 라고 말할 뿐이다. 오히려 발랄한척 친한척하는모습이 스스로 어색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완전한 아웃사이더는 아니지만 꼭 물위에 뜬 기름처럼 겉돌기만하고 떨어지지도 완전히 섞이지도 못한다. 그리고 겉돌면 겉돌 수 록 점점더 정에 목말라간다. 누군가 다가와주기를 바라지만 어느누구라고 눈에 독기품은 뱀같은 녀석에게 다가와 주지는 않는다. 가면이라도 쓰면 좋겠지만 수지씨 말대로는 난 웃을때조차 눈에 살기와 냉소가 서려있댄다. 나는 무리안의 아웃사이더였던 셈이다. 자기반경을 두고 그안에 아무도 들여놓지 않은채있었다. 같이있으면서도 정작 가까이엔 아무도 없으니까 누군가가 '손' 하면 바로 손을 내밀정도로 실없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받으려는게 웃긴거야 뭐라고 지껄이든 나는나고 바보는 시간가도 바보고 쳇" 하며 무리밖으로 탈출하려 애썼던거다. 아웃사이더가 되고싶다는건 변명이었다. 나는 단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을뿐이다. 조금 용기를 내봤던 반짝이기는 내 반경안에 누군가를 모시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그러나 내 마음속 길은 다닌사람이 없어서, 조금 험했나 보다. 5년전 시작했던 그리고 2년전부터 타올랐던 반짝이는 현재 필라멘트 교환중이다. 이젠,나도 모르겠다. 다시 또 어딘가로 걸어가는 수 밖엔. 거칠긴 해도 저시절의 글이 제일 좋은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감자랑 재인이 만나고 몇달 안되서 쓴 글. 진지성이 결여된 관계의 마디엔 각질같은 미소가 바람에 흩어졌다. 적당적당한 유머가 그와 나의 사이를 윤활치 아니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즐건관계였으니. 우리는 딱히 목적성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나 서로의 존재를 이용하는 데에 능했다. 우리는 서로를 소모하는 존재, 우리는 서로의 연약한 부분을 사포에 문질렀다. 그것은 너무나 오활하고도 사랑스런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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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성고삼거리 지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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