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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 이런 학교를 전국에 100개를 더짓겠다고? 그게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에라이! mynote222.egloos.com/1104946 이쯤에서 상기시켜주는 옛날글. 고등학교는 상당히 특이했었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했고, 선생님들의 퇴근 이후엔 야담(야간담임)이라 불리는 50명 정도의 사감들이 학생을 통제했다. 사관학교를 일종의 롤모델로 삼은 학교는 교복부터 생활까지 일종의 군대식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교무실에 들어갈때 경례를 붙이고 들어가야한다거나, 교문앞에서 선도부와 마주보며 경례를 주고받는 오래전의 관습을 채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 고등학교가 고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야담들은, 일종의 군대 조교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동명의 기숙학원이 가진 체제가 그대로 이식되어 있었다. 그들 스스로 말하길, 명문대 진학을 위한 완벽한 메카니즘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것을 집약한것이 온 교실에 액자로 걸려있는 '7무운동' 이라는 성문법이었다. 1학년 1학기의 학교생활은 마치 수련회를 온듯 지나갔다. 입학 첫날 기숙사에선 군대식으로 점호하는법을 가르쳤고, 해병대 장교출신이라는 우리숙소 야담은 해병대식 이불개는법을 알려주었다. 기숙사 복도엔 군대에서도 잘 안쓰는 말인 '입수보행금지'라는 말이 쓰인 표어가 붙어있었다. 야간교사들은 군대식 말투를 쓰고 강하게 체벌하고 규정을 딱딱하게 적용해 '생활교육'을 보내버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세우려 했었다. 그러나 대학을 나온 선생님이 아니라는것만으로 그들의 권위는 무너지기 쉬웠다. 1학기도 다 지나기 전에 우린 몇반 야담이 근처 김밥나라 사장이라는것을 알았고, 또 누구는 시장 어디쯤에서 옷장사를 한다는것을 알았다. 그리고 학생과 야간교사는 아주 사소한곳에서부터 부딪히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식이었다. 남학생의 샤워실은 아침-3학년 점심-1학년 저녁-2학년 으로 사용시간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숙사 관장에게 돈을 내고 합기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학년에 관계없이 아침에 샤워실을 사용할 수 있었고, 검도부는 불가능했다. 불합리하다고 따져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얻어맞고, 생활교육대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마찰은 그런곳에서 발생했다. 30분 정도의 동아리 회의를 위해 빈 특강실을 사용하려면 몇시간 전에 여러차례의 승인절차를 받아야 했고, 남자와 여자가 한자리를 할 수 없었으며 모일 수 있는 시간도 극히 한정되었다. 보충수업을 받다 식사시간에 늦어도 여지없이 생활교육 명단에 적혀 넘어갔다. 규정대로. 그러다 우린 어영부영 2학년이 되었다. 야담들이 실은, 이사장의 불알친구인 기숙사 관장의 사촌 팔촌 조카들의 모임이라는것도 알았고, 영양사는 이사장 조카라는것도 알았고, 매일 축구만 하는 행정실장이 이사장 사위라는것도, 매점 아줌마는 이사장 딸이라는것도 알았다. 체육복과 침대 매트값으로 누가 배불렀는지도 알았고, 삼천원짜리 쓰레빠를 사천원에 팔아왔던것도 알았다. 우리에겐 이 학교에서 1년을 같이 지낸 묘한 유대감도 있었고, 학교에대한 경멸과 사춘기다운 반항심이 가득했었다. 그리고 모두, 대놓고 반항할 용기라곤 없었다. 학교에서 모든 규칙의 상위에 존재하는 일종의 교내헌법인 '7무운동' 조항중엔 폭력이나 흡연, 선생님에 대한 반항을 금지함과 동시에 '절도'에 대한 금지 조항이 있었다. 전교생이 일주일간 기숙사 생활을 하는만큼, 학생들에겐 현금도 많았고 절도에 노출될만한 시간도 많았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학생장사를 하는 사립학교에 있어서 잦은 절도는 이미지에 하등 도움될것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절도는, 걸리면 무조건 '전학'을 가야하는 7무조항중에서도 꽤나 엄격한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2학년 여름, 우리학년에선 연속적인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교실을 집처럼 여기던 우리는 mp3나 CDP 같은것을 책상위에 무방비상태로 방치하는 일이 많았는데, mp3 를 비롯해서 상당한 액수의 현금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후로도 도난은 끊이지 않았다. 잊을만 하고 한달즈음 지나면 한학년 전체가 밤새 '털려' 버리곤 했다. 여자쪽만 털리는 사례가 좀더 많았고, 피해 액수도 좀더 심했다. 그럴때마다 여자쪽 복도엔 '너 걸리면 손모가지를 짤라버린다.' 식의 포고문이 복도 곳곳에 붙곤 했다. 게다가 mp3류의 고가품이 도난당하는 날엔, 서로가 다른반을 의심하며 전체 소지품 검사를 하는 난처한 상황도 발생했다. 여학생들은 주로 한달에 한번 있다는 도벽을 의심했고, 남학생들은 주로 선배들을 의심했다. 그렇게 민심이 흉흉해져가는 어느날. 여느때와 비슷한 여름의 오후 자습시간이었다.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던 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메일의 내용은 놀라운 것이었다. 거기엔 친구가 몇달전에 도난당한 MP3가 아이리버 신촌점에서 무사히 수리되었으며, 또 불편사항이 있을시에는 찾아와 달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우린 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어제 신촌 아이리버 a/s 센터에 간 사람이 옆반에 있었고 그 mp3는 어느 야담에게서 싼값에 건네받은 물건이었다. 두 엠피는 기종이 같았다. 소문은 소리없이 퍼졌다. 그는 야담중에서도 제일 젊고, 그나마 융퉁성이 많아 꽤나 인기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습시간에 mp3듣는것도 허락했었고, 교실에서 몰래 라면먹는것도 눈감아주곤 했다. 그러나 그의 호의는 금새 도둑질할 물건을 물색한것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우리에게 보이던 호의도 그가 본성을 숨기기 위해 택했던 가식이라고 호도되었다. 우리에겐 소리없는 분노가 빠르게 끓어올랐다. 그날 야자 1교시. 종이 울리기 10분쯤 전, 갑자기 불이 꺼졌다. 갑작스런 정전에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색한 정적이 흐르다가, 누군가 말을 시작했다. 눈이 차츰 어둠에 익어갈때쯤엔, 서로 웃고 떠드느라 난리였다. 점차 왁자지껄 해지는 순간. 이승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야담이 들어왔다. 그는 교단 위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조용히들 못하냐!'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조용히'어쩌라고." 라고 말했다. 몇몇이 웃었다. 그리고 야담이 두리번거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초도 흐르지 않아 누군가 조용히 '씨발.' 이라고 말했다. 아주 잠깐 정적이 흘렀다. 우리들은 다수라는 방패. 그리고 어둠이라는 망토속으로 얼굴을 숨겼다. 아니, 숨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말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개새끼야!' '이 씨발 도둑새끼들아.' 목소리는 함성소리에 묻혀 구별되지 않았다. 몇몇은 입을 맞춰 외쳤다. '이승만 개새끼!!!!' 모두는 일탈의 쾌감에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더러운걸 배설해도 제재할 수 있는이가 없었다. 야담이 당혹해하며 복도로 나가버리자 그 쾌감은 승리감으로 변했다. 행동은 점점 대담해져갔다. 누군가는 계속해 욕했고, 누군가는 여자교실에서 여자친구를 불렀고, 누군가는 소리를 질렀다. 하나둘 셋 구호에 맞춰 평소에 앙심을 품던 야담에게 욕을 했다. 평소 만만해 보이던 야담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무리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7무운동 액자에 손을 댔다. 액자는 복도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어서 교훈액자가 깨져나갔다. 우린 마치 프랑스 시민군이라도 되는양 득의 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를 질렀다. 이제 야담의 랜턴도 무섭지 않았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우리들은 몇시간이고 낄낄대다 기숙사에서 잠을 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머리속엔 혁명이란 두글자가 얼핏 어른거리고 있었다. 이제 모든것이 바뀔것만 같았다. 아침이 되어 빛이 돌아왔을때, 우리에게 야담들은 마치 벌거벗은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정전 다음날 아침에도 구보를 하고 체조를 시켰다. 그리고 우린 뻔뻔하게도 예의바른 인사를 했다. 모순은 폭발했으되 변혁으로 이어진것은 없었다. 우리는 그들을 좀더 비웃었고, 그들은 우리를 좀더 엄격히 다루려 애썼다. 다음주 월요일. 교장은 아침조회에서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 좋을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소위 "좋은게 좋은거"라고, 소문나봐야 자기얼굴에 침뱉기라며 자기얼굴에 침을 뱉었다. 야담들의 잘못은, 우리들의 행패와 맞물려 서로 없는 셈 넘어갔다. 그제서야 난 내 어리석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다. 깨버려야 하는건 7무 액자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 그저 들쥐떼의 난동일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두번째 여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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